고독한 사람 낯선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영원히 귀향길에 있습니다. 그들 식단을 보면 충족된 날들로 가득하지만 내게는 아득한 곳의 모습만 있습니다. 내 얼굴 속에 세상이 스며듭니다. 달처럼 어쩌면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 그러나 세상은 어떤 감정도 남겨두지 않습니다. 세상의 온갖 언어에.. 잛은 글 2005.01.28
애너벨 리(Annabel lee) 아주 오래고 오랜 옛날 일이었지요. 바닷가 한 왕국에 애너벨 리라고 불리우는 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 아가씨는 나를 사랑하고 내게 사랑받는 것 외에는 아무 다른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나도 아이였고, 그녀 또한 아이였습니다. 바닷가 왕국에서, 그러나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으로 사랑.. 잛은 글 2005.01.28
단가행(短歌行) 술잔을 대할 때 노래 불러라 인생살이 그 얼마이냐 아침이슬과 같은 것 지나날의 괴로움은 가버렸네 감개 더욱 무량하여 시름을 잊기 어렵도다 무엇으로 근심을 풀 것이가 오직 술이 있을 뿐이로다 그대의 푸른 깃을 아득히 사모하며 오직 그대 있음으로써 생각에 잠겨 지금에 이르렀다 유유한 사슴의.. 잛은 글 2005.01.27
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녘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명령해 주시고 남국의 햇빛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시어 이들을 무르익으라 재촉하시고, 마지막 남은 단맛이 포도주로 담뿍 고이게 하소서 .. 잛은 글 2005.01.27
이니스프리 섬으로 나 일어나 이제 가리라, 내 고향 이니스프리로 돌아 가리라. 거기 외 얼고 진흙 바른 오막살이 집 지어 아홉 이랑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 소리 잉잉대는 숲 속에 홀로 살리라. 그러면 거기 얼마쯤의 평화 있으리라, 평화는 천천히 안개 자욱한 아침부터 귀또리 노래하는 곳까지 내린다 하니, 밤은 온.. 잛은 글 2005.01.26
산해경을 읽으며 초여름에 초목이 자라 집 둘레에 잎가지 무성하니 뭇 새들은 의탁할 숲이 있음을 기뻐하고 나도 또한 초가집을 사랑하노라. 이미 밭 갈고 또한 씨 뿌려 가끔씩 나의 책을 읽는다. 외딴 마을이라 수레바퀴 자국 먼데 자주 옛 친구의 수레까지도 돌아가게 했다. 흔연히 봄날 술을 마시면서 술안주로 텃밭.. 잛은 글 2005.01.26
낙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잛은 글 2005.01.25
바다의 미풍 오 ! 육체는 슬퍼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떠나버리자, 저 멀리 떠나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눈에 비치는 오랜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다에 잠긴 이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두지 못하리, 흰빛이 지켜주는 백지, 그 위에 쏟아지는 쓸쓸한 빛도 어린.. 잛은 글 2005.01.25
비파행(琵琶行) 심양강 나루에서 손님을 밤에 보내려니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바람 쓸쓸하다 주인은 말 내리고 손은 배에 타고 술을 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네 취해도 즐거움 없는 이별을 하려하니 망망한 이별의 강에 달빛만 젖어 있네 그 때 물 위로 비파 소리 들려오니 주인도 손도 자리를 뜨지 못하네 소리 찾아 .. 잛은 글 2005.01.24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죽었는데 나만 살아 남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 것을.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 브레히트 - 잛은 글 200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