잛은 글

바다의 미풍

주호의 블로그2 2005. 1. 25. 09:10

오 ! 육체는 슬퍼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떠나버리자, 저 멀리 떠나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눈에 비치는 오랜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다에 잠긴 이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두지 못하리,
흰빛이 지켜주는 백지, 그 위에 쏟아지는 쓸쓸한 빛도
어린아이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돛대를 흔드는 커다란 배여
이국의 자연으로 배를 띄워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린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거창한 작별을 믿고 있는지.
그런데, 돛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우리는 어쩌면 바람에 밀려 길 잃고
돛도 없이 돛도 없이, 풍요한 섬도 없이
난파하려는가
그러나, 오 나의 마음이여, 이제 저 뱃사람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


- 말라르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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