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호의 블로그2 2005. 2. 24. 14:13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

 

 

 

 

 

 

 

 

-김 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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