잛은 글

마왕

주호의 블로그2 2005. 2. 16. 09:08

한밤중에 바람을 뚫고 말 달리는 자 누구인가?
아들과 더불어 달리고 있는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품안에 아이를 껴안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꼭 붙들고 따뜻하게 안고 있다.

아이야, 무엇이 두려워 네 얼굴을 파묻고 있느냐?
아빠, 아빠는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왕관을 쓰고 꼬리를 달고 있는 마왕이 보이지 않나요?
아이야, 그것은 안개가 만든 띠이다.

"귀여운 아이야, 이리 와서 나와 함께 가자!
아주 멋진 놀이도 너와 함께 놀아줄께.
울긋불긋 꽃들도 해변에 만발하지.
우리 엄마는 황금의 옷도 많이 가지고 있단다."

아빠, 아빠, 들리지 않나요,
마왕의 속삭이며 나에게 약속하는 소리가?
마음 놓아라, 가만히 있거라, 아이야!
마른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살랑대는 소리란다.

"착한 아이야,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내 딸아이들이 너를 잘 돌보도록 해 주마.
내 딸 아이들은 밤마다 윤무를 추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너를 재워줄 거야."

아빠, 아빠, 보이지도 않으세요,
어두운 곳에 있는 마왕의 딸들이?
얘야, 얘야, 나도 똑똑히 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늙은 버드나무가 그렇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나는 너를 사랑해, 너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반했다.
네가 정 싫어하면, 완력을 쓸테다."
아빠, 아빠, 마왕이 이젠 저를 붙잡았어요!
마왕이 나에게 상처를 냈어요!

아버지는 무서워 쏜살같이 달린다.
신음하는 아이를 품안에 꼭 껴안고
힘을 다해서 궁성에 다다랐으나
그의 품안에 아이는 죽어 있었다.

- 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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