잛은 글

스무 편의 사랑시와 한 편의 절망노래(16)

주호의 블로그2 2005. 2. 15. 09:09

황혼녘 나의 하늘에서 너는 한 조각 구름 같고
너의 색깔과 모양새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달디 단 입술의 여자,
그래서 나의 한없는 꿈들이 네 삶 속에 살고 있다.

내 영혼의 등불은 네 발을 붉게 물들이고,
시디신 내 포도주는 네 입술에서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오, 해질녘의 내 노래를 거두어 들이는 여인이여,
어찌하여 내 외로운 꿈들은 네가 나의 여인이라 느끼는가!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하오의 산들바람 속에
내가 소리치며 지나노라면,
바람은 내 홀아비 같은 목소리를 끌고 사라져버린다.
내 눈 깊숙한 곳의 여자 사냥꾼아, 너는 나를 사로잡아
밤이면 활발한 너의 눈길은 마치 물처럼 고여들게 하는구나.

너는 내 음악의 그물에 잡힌 나의 포로, 나의 사랑아,
내 음악의 그물들은 하늘처럼 넓기만 하다.
나의 영혼은 상복(喪服) 같은 네 눈동자의 기슭에서 태어난다.
상복 같은 너의 눈동자 속에서 꿈의 나라가 시작된다.


- 파블루 네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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