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물 속에 감추고
눈만 빠끔히 올려 세상을 엿보는 개구리가
그는 정말 싫었던 것이다.
다른 저수지의 연꽃들처럼 화사한 분홍 연등을
한번도 달아보지 못하고
이 쓸쓸한 곳에서
그냥 묵묵히
묵묵히 참고 지내왔는데도
거친 비바람은 사정없이 짓밟고 갔던 것이다.
이세상 모든 것이
그저 노엽고 싫게만 보이던 어느날
슬금슬금 가려워진 등짝에서는
뾰족가시가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못난 등짝에
하얀 백로들이 서서 깃을 다듬거나 졸고 있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러다 가을이 되자
아득한 물위에 가시만 남겨두고
넓은 잎은 덧없이 녹아
물 속에 가라앉고 마는 것이었다.
- 이동순 -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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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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