잛은 글

태항산 산길(太行路)

주호의 블로그2 2005. 2. 22. 09:17

태항산 험한 산길이 수레를 망가뜨리지만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평탄한 길이요
무협의 험한 물이 배를 엎어버리지만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잔잔한 물입니다.
님의 마음은 좋아하고 미워함에 변덕이 심하시니
좋아할땐 모발이 나고 미워할땐 제 몸에 종기가 납니다.
님과 혼인한 지 다섯 해도 채 안 되었는데
견우 직녀처럼 멀리 떨어져 지낼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옛말에, 이쁜 얼굴 늙어 버림을 받았다 하였으니,
당시의 미인들은, 늙어서 버림받은 것도 원망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거울 속을 보면
제 얼굴은 변함 없는데, 님의 마음이 변했습니다.
님을 위해 옷을 향기롭게 하여도
난향과 사향도 님은 향기롭게 여기지 않으시고
님을 위해 몸치장을 성대하게 하여도
주옥과 비취에도 님은 기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가는 길이 험난함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한평생의 고락이 타인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가는 길의 험난함이 산보다 험하고 물보다 험합니다.
세상의 부부 사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근래 임금과 신하 사이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대는 못보았습니까. 왼쪽의 언관과 오른쪽의 사관이
아침엔 은총을 받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는 것을.
가는 길의 험난함은 물에 산에 있는 게 아니지요.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사람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 백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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