잛은 글

도화원기(挑畵源記)

주호의 블로그2 2005. 1. 31. 09:13

진나라 태원연간에 낚시가 생업인 무릉 사람 하나가 있었다.
시내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잃고 홀연 복숭아나무숲을 만났다.
양쪽 언덕에 수백 보에 걸쳐 잡목이 한 그루도 없었다.
향기로운 풀이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낙엽이 분분히 떨어졌다.
어부는 매우 이상스러웠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숲을 통과하려 했다.
숲이 끝나고 수원(水源)이 있었으며 산 하나가 나타났다.
산에는 작은 동굴이 있었는데 빛이 비치는 듯했다.
배를 두고 굴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매우 좁아 사람이 드나들 정도였는데
또 수십 발자국을 가니 넓어지며 환해져 왔다.
땅은 편평하고 집은 튼튼하며 기름진 밭과 아름다운 연못
그리고 뽕나무 대나무 등이 있었다.
논두렁이 사방으로 통하고 새와 개 울음소리 들렸다.
그 속에 왔다갔다 하며 씨뿌리고 밭 가는 남녀들이 입은 옷은
모두 바깥 사람들과 같았다.
누런 머리 노인과 다박머리 어린이 다 함께 기뻐하며
스스로 즐거워하는데 어부를 보고 크게 놀랐다.
온 곳을 물어 일일이 대답해 주었더니 집으로 가자 하고 술을 받고 닭을 잡아 음식을 했다.
마을사람들은 이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모두 와서 물어대는데
자신들은 전 시대에 진나라의 난리를 피해
처자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이 절경에 와 다시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바깥 세계와 멀어졌다는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냐고 묻는데 한나라가 있었음도 알지 못하니
위나라, 진나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부가 듣고서 일일이 다 답해주니 모두 개탄하였다.
사람들이 각기 끌 듯이 그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가
술과 음식을 내는데 어부는 며칠을 머무르고 돌아갔다.
그중의 어떤 이가 말하길,
"바깥사람들에게 말하지 말게"라고 하였다.
빠져나와 자신의 배를 찾고서 어부는 혹 그 길을 다시 올까 하여
곳곳에 표시를 했다.
어부는 고을에 이르러 태수에게 가서 지난 일을 아룄다.
태수는 곧 사람을 파견하여 그를 따라가게 하여
표시해 놓은 곳을 찾게 했지만 결국 헤매다 다시 그 길을 찾지 못했다.
남양의 유자기는 고상한 선비인데
그 소문을 듣고 기뻐서 찾아가려 했지만
소득이 없었고 병이 들어 죽었다.
나중에는 밝히려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 도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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